• 4. 공자 제자의 세대별 특징
    덕질/썰 2022. 7. 13. 06:31

    중국의 학자 리링이라는 사람이 공자 제자를 시기별로 구분해 1기, 2기, 3기로 분류해 놓은 바 있는데, 이들 1기생, 2기생, 3기생은 저마다의 개성도 있지만 나름의 특징으로 묶이는 게 재밌다.

    1기생: 안무유, 중유, 민손, 증점, 공리

    구상 중인 논어 기반 작품 《여지불인》 에서 재여의 멘토를 해 줄 사람을 찾다 깨닫게 되었는데, 1기생은 하나같이 자유분방하다. 선생님의 가르침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의 인생관과 가치관도 중요하단 분위기랄까. 떡잎부터 군자다운 민자건이 있긴 하지만 여러 개성 있는 사람 가운데에서 혼자 군자답다면 그것도 개성으로 보이는 법이다.

    합류 시점이 2기생과 동시라서 의미가 없는 염경을 제외하고 1기생의 구성을 살펴보면

    • 선생님의 수레를 팔이서 자기 자식(안회) 관 해주고 싶어했던 안무유
    • 호랑이도 맨손으로 때려잡을 중유
    • 앞에서 말했지만 그나마 군자다운 민손
    • 자기 애를 기절할때까지 팬 증점
    • 시경 주남 소남도 안 읽은 공리

    정도가 된다. 2기생이나 3기생은 공자의 말을 따르고 어디까지나 선생님이 가르쳐준 내용을 어디에 적용하고자 했는지(2기생은 현실 정치, 3기생의 경우 인격적 수양이나 제자 양육)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1기생의 경우는 아예 이놈들은 공자의 제자가 아니었다면 뭘 했을까... 진로가 걱정되는 애들이 태반이다. 대표적으로 《공자가어》 자로초견에서 보이듯 중유가 그렇다고들 알고 있는데, 중유만 그런 게 아니라는 소리다. 앞의 구성을 보자. 공자 제자로 들어오기 전에도 애초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민손을 제외하면, 인(仁)에 대한 가르침을 가장 오래 들었다는 애들이 이런 느낌이다. 그만큼 공자 스스로도 덜 완성되어 있을 때(물론, 생이지지자인 성인에게 그런 게 어딨냐고 주장하고 싶긴 하지만), 그리고 대외적으로도 덜 유명했을 때 들어온 제자들인데다가, 본인들도 들어올 때 충분히 어리지 않았고, 스승과의 나이 차이도 그렇게 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마디로 머리가 커서 들어온 제자들이기 때문에 이런 성향을 가진 것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공자님의 제자들을 향한 열정이라든지 제자들의 스승에 대한 사랑 같은 게 다른 제자들과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2기생: 염경, 염옹, 염구, 재여, 안회, 고시, 단목사

    2기생의 경우 여러 문헌에서 보이는 선생님에 대한 애정 및 인정 욕구가 정점을 찍는 듯하다. 물론 중유도 인정 욕구라면 이길 수 없지만, 이렇게 세트로 애정이나 인정 욕구가 높은 건 2기생 전체의 특징이다. 특히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은 정말 두드러지는데, 단목사의 경우에는 《논어》에서 드러나는 것만 보더라도 말이 필요 없으며, 재여 역시 《논어》에서 그렇게 깨지면서도 그 존경심을 잃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맹자》 공손추장구에 나온 공자에 대한 평을 한 사람의 3분의 2(재여, 단목사)가 이 2기생이었고, 안회는 《논어》 자한 10장에서 아예 공자를 향한 찬송가를 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인정 욕구도 마찬가지이다. 인정 욕구 하면 질 수 없는 게 단목사의 "선생님 저 어때요?(《논어》)"와 재여의 "선생님 제 말 어때요?(《공총자》)" 정도가 있으며, 염구의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역부족입니다.(《논어》)" 역시 사실은 인정 욕구를 멀리 돌려 말한 회피형의 그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공자의 '다음 세대' 로서 공자를 대등한 존재가 아닌 까마득한 선생님이자 성인으로 보았을 사람들은 이 2기생부터가 아니었을까. 또한 함께 오래 지내면서, 그 힘든 주유천하의 여정을 견뎌내며 선생님의 진면모를 보아왔을 제자들은 1기생과 2기생까지였을 것이다. 게다가 3기생의 경우에는 공자의 가르침을 직접적으로 전수받기에는 이미 제자가 너무 많이 늘었고, 그래서 직접적인 제자보다는 제자의 제자 느낌으로 수학했던 이들도 있다(염구-번수, 언언-담대멸명, 단목사-진강).

    거기에 2기생과 3기생 사이에는 상술했듯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공자의 가르침을 현실 정치에 적용하고자 했던 것은 2기생 쪽이었다. 단목사는 천하를 뒤집고 다녔고, 염옹이나 염구는 계손씨의 가신으로 일했고, 재여도 외교적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고, 고시는 중유를 도와서 위나라에서 일했다.

    실제로 공자는 주로 위정자들을 키워내는 교육을 했다. 제자들은 선생님께 배운 것을 바탕으로 바른 정치를 펴고자 했고, 그것은 곧 그들이 가지게 될 권력과 관련이 있었다. 그들이 자신을 가르친 선생님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고, 자신들의 역량을 선생님께 지속적으로 확인받고 싶어했다면 현실적으로는 이 이유가 가장 컸을 것이다(물론 안회는 아니다! 아닐 것이다... 애초에 정치에 손대지도 않았던 것 같고).

    또 2기생의 특징으로 꼽을만 한 것으로 '성장형 인간'이라는 점이 있다. 3기생이야말로 안 그랬겠냐마는, 아무래도 이들의 성장 스토리는 《논어》에 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3기생은 가장 열정적으로 후학을 양성한 집단이었으며, 《논어》는 그 후학들이 전해져오는 공자의 말을 기록한 책일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제자를 잘 키우는 게 이래서 중요하다.

    단목사는 원전을 알 수 없지만 해가 갈수록 자신이 선생님에 비해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이 남아 있고, 재여는 (내 뇌피셜이지만) 젊었을 때나 좀 저러다가 말았을 것 같다. 현실주의자니 뭐니 말이 많은데 끝까지 현실주의적 입장을 견지했다면 '선생님이 요순보다 대단하다'느니 하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염구도 마찬가지로 성장형 인간이라 볼 수 있는 구석이 있다. 역부족장과 선진 25장 중 어디가 뒤쪽인지 알 수 없지만 선진 25장에 공서적이 나오는 걸 봐서 이쪽이 보다 나중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논어》의 편찬자에게는 염자(冉子)라고 높여 불렸다!

    2기생들은 제자를 기르는 데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그 안회마저 제자가 있다는 기록은 찾기 어렵다. 《한비자》에 '안씨지유'가 있긴 하지만 그 집단이 진짜 안회가 키운 제자인지 안회의 도덕관을 정신적으로 계승한 집단인지는 모르는 것이다.

    3기생

    반면 3기생은 자신의 인격 수양을 위해 공자를 찾았던 것에 더불어, 공자의 가르침을 후대에 남기기 위해 제자를 길렀다. 3기생 중에 학파가 있다고 전해지는 이들만 해도 복상, 언언, 전손사, 증삼, 담대멸명 정도가 있다. 유약은 공자가 죽고 나서 모습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추대되어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

    사람의 성격은 그야말로 제각각이니, 2기생과 3기생의 성정이 정말로 달랐다기보단, 각각 주유천하 이전과 이후에 문하에 들어온 제자들이 시기상 집중했던 것이 서로 달랐으며, 그렇기 때문에 한쪽은 제자를 남겼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 제자들에 의해 쓰여진 공자에 대한 기록에서 서술상의 차이를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3기생 중 《논어》에서 '성장형 인간'이라는 특징이 두드러지는 제자는 전손사 정도이다. 덕분에 왠지 《논어》가 편찬되었을 때 자장 학파가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보이지만. (《논어》 자장편을 보면 대략적인 정황을 알 수 있다.) 전손사의 경우 공문의 막내로서, 공자에게 실제로 배웠던 기간이 그만큼 짧았고, 남들보다 더 젊고 치기어릴 때 공자와 교류했다는 점도 여기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무튼 《논어》에 나오는 나머지 3기생은 꽤 '완성'되어 있고, '성인의 제자'로서보다는 '스승'으로서 등장하며, '철학자'적인 면모를 풍긴다. 예를 들자면 유약(유자), 증삼(증자 - 《논어》 전체를 통틀어서 한 번도 명(名)이나 자(字)로 불린 적 없고, 오로지 '증자'라고만 불린 인물이다.), 복상(자하), 언언(자유) 등이 그렇다. 이것은 1기생의 '막나가는' 묘사와는 확연히 다르고(2기생 특유의 인정 욕구 등을 가지고 있는 중유의 경우 《논어집주》에 따르면 죽기 직전까지 그 성격 그대로였다.), 2기생의 '성장형 인간'으로서의 서술과도 다르다. 오직 3기생만이 공자의 뒤를 이을만한 현자로서 묘사된다. 그 중에서도 증자는 도통을 이을만한, 선생님의 가르침을 아주 잘 내면화하고 있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이와 같이 세대별 공자 제자들의 특징을 어느 정도 정리해 보았다. 개조식으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1기생
      • 상대적으로 공자의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분방하다.
      • 자신의 성격, 가치관, 도덕관 고수.
      • 공자와 어느정도 대등한 관계를 맺고 있었을 수 있다(유시재! 야재!).
    • 2기생
      • 두드러지는 선생님에 대한 애정.
      • 동시에 두드러지는 선생님에게서의 인정 욕구.
      • 정치에 힘을 쏟았다.
      • 성장형 인간상.
    • 3기생
      • 제자를 기르고, 인격을 수양하는 데 힘을 쏟았다.
      • 제자로서보다는 스승, 철학자로서의 면모.
      • 완성형 인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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